임소혁 사진

ㅣ임소혁 사진작가

임소혁은 1986년부터 지리산을 시로 옮기고 필름에 담아내고 있다. 1995년 1월부터 1996년 12월까지 '월간 산' 지에 지리산 사진과 글을 연재했고, 1998년 '지리산 사랑과 그리움' 을 타이틀로 한 사진전을 전국 10개 도시에서 열었다. 2000년 4월 '지리산의 봄' 을 시작으로 '지리산의 여름', '지리산의 가을', '지리산의 겨울' 등 계절별 사진전시회를 충무로에 있는 '갤러리 사진마을' 에서 열었다. 또한 작가는 전국 순회전, 계절별 사진전, 모금 사진전, 지하철역 전시회 등의 파격적인 전시회로 대중과의 공감대 형성을 시도하고 있다.

철따라 변하는 꽃과 구름, 일출과 낙조의 경이로움, 그리고 지리산 깊은 계곡의 태고적 아름다움, 지리의 야생화를 담은 사진가. 작은 풀잎 이슬부터 장엄한 산봉우리의 아름다움을 느끼게 한다.「일출집」「한국의 지리산 - CD롬」「쉽게 찾는 우리산 - 지리산」, 시·사진집「지리산 산노을 산너울」등을 펴냈다.

ㅣ섬진강 문화학교 '임소혁 갤러리'

새벽부터 내리는 비에 자면서도 기분이 별로다. 아침이 되자 빗줄기는 보란듯이 거칠어지기 시작한다.
아무리 비오는날 사진찍기를 좋아하는 사람이지만, 오늘은 포기하겠지...너무 많이 오잖아.... 하지만 바쁘게 서두르는거 보니 갈 모양이다. ......누가말려.....
굵은 장대비가 빈틈없이 내리는날 우린 카메라를 들고 집을 나섰다. ...미쳤지....

300원짜리 자판기 커피를 뽑아 밖이 보이는 테이블에 자리를 잡았다.

약속 시간보다 30분이나 일찍 와버렸지만 기다리는 시간이 마냥 좋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행복감이다. 예전엔 약속을 해 놓고 미리가서 기다리는 재미를 자주 느꼈는데 요즘은 약속 자체를 언제 했는지도 잘 기억나지 않는다

원래 오늘은 선암사에서 조계산을 넘어 가기로 했는데 비가 그칠 기미가 보이지 않아 장소를 바꾸지 않을 수 없었다. 안개비 정도면 너무 환상적인 길이 되겠지만, 굵은 빗줄기에 마음 약해진다.
섬진강 문화학교 '임소혁님 갤러리'
아, 좋다.....
남쪽으로 가면 갈수록 굵어지는 빗줄기 마치 비를 몰고가는 착각이 든다.
쉽게 갤러리를 찾았고, 교문을 밀고 들어서자 마자 누군가 벌써 문밖에서 우릴 마중하고 있다.
마치 우리가 올 줄 이미 알고 있었다는 듯..... 여유있는 미소를 지으며..

...빗방울이 눈물겹게 맺혀있다.

책에서 이 사진을 처음 접했을때 나도 모르게 헉! 하는 소리가 튀어 나왔다.
지리의 모습을 그대로 담고 있는 이 모습....
사람이 이렇게 외로워 보일 수 도 있구나...하는 생각...
갤러리에서 직접 뵈었을때 얼른 알아보지 못한건 아마도 단정하게 쓸어넘긴 머리를 질끈 묶은 모습 때문이었을 것이다.

아담한 학교 복도에 정갈하게 놓여있는 그의 흔적들....

지리에서 희노애락을 함께 보냈을 물건들...

슬픔과,기쁨...그리고 깊은 외로움이 묻어난다.

주어진 역할을 다 끝내고 이제 좀 쉬고 싶다며.....

사진 옆에 그때의 마음을 적어 놓은 몇줄의 글들에서 깊은 외로움을 느끼면서도, 그 삶을....그 외로움을 뼈저리게 느끼게 하는 지리를 사랑하는 마음을 읽을 수 있었다.

안개속의 물봉선....숨막히게 아름다운 모습....

머리끝이 쭈뼛 서는 기분이 들었던 사진...
개인적으로 너무나 욕심나는 사진....

...지리에서 반평생을 보낸 그분의 작품을 너무 쉽게 지나쳐 버리는건 아닌가. 조금은 조심스럽게, 그리고 그분의 사진에서 지리의 또다른 모습을 만날 수 있었다. 내가 알지 못하는 지리의 모습....대체 여긴 어딜까 하는 궁금증에 몇번이고 여쭤보고 싶었지만 끝내 묻지 못했다. 아니 굳이 알려도 하지 않았다. 지리는 어디서 만나든 늘 새롭고 신비로운 존재라는걸 알기에...

차 한잔을 함께 나누면서 봇물처럼 터져 나오는 그분의 말들을 가만가만 듣고 있자니 사람이 이리도 그리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토록 사람을 그리워 하고 좋아하는데 지리에서 그 많은 시간을 홀로 어떻게 견뎌 냈을까...하지만... 그분께서 있어야 할 곳은 역시나 지리 이구나... 지리만이 그를 행복하게 해 줄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순간순간 들었다.

...갤러리 안의 모습은 담지 않았고, 걸려있는 몇 작품의 사진만 제가 디카로 담았습니다. 갤러리 안의 모습은 조명때문에 찍은 사진들이 잘 살지 않아서 혹 그분의 작품이 잘못 보여질까 염려되어 올리지 않았습니다. 참 많은 사진들이 있으니 먼길 찾아 가더라도 기쁘게 돌아올 것이니 섬진강 쪽으로 여행을 가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그곳에서 하룻밤 묵을 수 도 있다고 하니 숙소는 염려 마시구요.
'맛있는 것 좀 가지고 자주 놀러와~~' ㅎㅎㅎㅎ 그분의 마지막 말씀입니다. ^ ^

아직까지 가슴에 남아있는 말은, 사진을 찍으면서 지리와 가장 가까운 모습을 필름에 담기위해 사진의 색감을 좀 더 멋지게 살릴 수 있는 다양한 도구들을 일부러 사용하지 않았다는 말씀이 잔잔한 감동을 주더군요.

글/사진 - 들꽃(박해경, 지리마당 칼럼지기),사랑방에서 옮김.

    임소혁갤러리(섬진강 문화학교)
     전남 곡성군 죽곡면 동계리 269 (구 동계초교)
     전화: 061-363-0269 ,011-726-3019

ㅣ작품들


피아골 하단부 단풍숲	왕시루봉의 봄	안개속의 물봉선화	왕시루봉산장의 설경

「일출집」「한국의 지리산 - CD롬」「쉽게 찾는 우리산 - 지리산」
시·사진집 「지리산 산노을 산너울」등을 참고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