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사음악회 효시 - 지리산 불락사 매년 부처님 탄생 봉축 국악축제


 
축제였다. 올해로 꼭 17년째(2002年현재) 열리는 불락사 불교음악회. 지난 19일 부처님오신날 지리산 자락 높은 골짜기에 자리를 튼 불락사 경내에는 이른 아침부터 인파가 몰려들었다. 불락사의 주소지는 전남 구례군. 그러나 이날 모인 청중들의 절반 이상이 경남 진주와 대구, 부산에서 달려왔다. 무엇이 이들로 하여금 새벽밥을 챙겨 먹고 먼길을 달려오게 했을까.

"우리나라에서 제일가는 국악인들이 다 나온다 아인가, 내사 작년에도 왔고 그전에도 왔지마능 요번엔 사람들이 더 많이 귀경왔는갑네, 처자는 어디서 왔능교?"

중늙은이 보살의 지적대로 매년 부처님오신날 단 한해도 거르지 않고 열리는 불락사 산사음악회는 전국에서 최고의 솜씨로 손꼽히는 국악인들이 앞다투어 무대에 오르는, 정말 희유한 공연이다. 19일 행사에도 김성녀, 윤문식 씨가 1,2부 사회를 나누어 맡고 무형문화재 장덕화 씨와 한국무용가 채향순 씨 등 국악계에서 내로라하는 음악인이 무대에 올라 최고의 음악과 무용으로 부처님의 강탄을 축하했다. 공연은 근래에 작곡된 국악찬불가 연주와 창작불교무용, 불교에서 유래된 궁중무용 '향발'시연, 마당놀이 등 문화의 중심인 서울에서조차 만나기 어려운 다양하고도 품격있는, 그러나 신명이 넘치는 무대로 2시간여 동안 계속됐다. 불락사음악회의 총감독을 담당한 이는 중앙대학교 부총장 박범훈 교수. 그는 “원래 우리민족은 봉축법회를 마친 후 사부대중이 감정적 동화를 이루는 불교음악축제를 열곤 했다, 불락사음악회는 이러한 전통을 오늘에 잇는 것이다”고 설명했다.

불락사음악회는 최근 전국에서 요원의 불길처럼 번지고 있는 산사음악회의 효시이다. 불락사 주지 상훈 스님과 박범훈 교수는 1986년 우연히 인연을 맺고 그 해부터 지리산골짜기에서 산사음악회를 열어왔다. 한수 이남에선 만나기조차 어려운 , TV 속에서나 보던 유명국악인이 무대에 올라 국악반주의 찬불가를 소개하고 전통민요의 연주를 통해 관람객들의 흥을 돋우는 ‘불락사표 산사음악회’는 이후 전국에 퍼져 요즘 우리 불자들이 흔히 만나는 산사음악회들의 단초가 됐다.

17년간 계속되는 산사음악회. 오늘에 이르기까지 여러 어려움이 적지않았지만 상훈 스님과 박범훈 교수는 “불교예술이 빛바랜 어제의 예술이 아니라 세계적인 문화예술로 발전할 가능성이 가장 큰 분야임을 보여주고 싶어서 오늘에까지 끌고 왔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이에 더 나아가 불락사를 ‘국악인의 중심도량’으로 꾸밀 계획을 갖고 있다. 상훈 스님은 이를 위해 절 주변 5천평의 땅을 국악계에 기증했으며 박 교수를 위시한 국악인들은 이 땅에 총공사비 20억원을 투입하여 국악인들을 위한 불교음악연수원을 세울 계획을 갖고 있다.

한방울의 물이 모여 큰 바다를 이루듯이 17년전 이뤄진 단 두 사람의 결의가 오늘에 이르러서는 불교음악회의 홍수를 이룬 것이다.

글/김민경, 2002年
 

 
 
사진/불락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