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쳇말로 줄 없는 사람들이 징용갔지”
이백면 평촌리·과립리·효기리·척문리 이야기  

4월, 남원시 요천가에는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어오르고 있었다. 지리산 남쪽의 섬진강변엔 매화꽃 소식과 함께 쌍계사 주변과 화개장터 인근에서는 벚꽃축제가 열리고 있었다. 요즘은 서울과 대도시 주변의 웬만한 곳에 벚꽃이 많이 있어서인지 생각보다 지리산쪽의 상춘객은 많지 않았다.

남원시내의 화사한 벚꽃길을 지나 오늘의 목적지인 이백면(二白面)으로 향했다. 이백면은 동쪽으로 고산지대인 운봉읍과 접해있고, 남쪽으로는 주천면, 북쪽으로는 산동면에 인접하고, 서쪽으로는 요천을 경계로 도통동과 면해 있다.

이백면으로 접어들어 멀리 보이는 가파른 절벽으로 둘러싸인 양가리(陽街里)를 찾아 깊숙이 들어갔다. 양가리는 1914년 일제의 행정구역 통폐합 시 기양리와 목가리에서 한자씩 따와 그렇게 불리게 되었다. 약 500여 년 전인 조선조 초에 순흥안씨와 남원양씨가 정착하면서 마을이 형성되었다.

자연 부락인 양강과 목가 마을이 하천을 사이에 두고 갈라져 있고, 양지쪽을 개머리, 음지쪽을 구룡샛터라 부른다. 개머리는 풍수지리상으로 양지쪽이 개의 머리를 닮은 형국이라는데, 대문을 달면 개의 입을 막는다고 하여 집에 대문을 달지 않았다고 한다.

마을을 지나 시멘트포장도로 끝까지 따라 올라가 보았다. 널따란 밭에는 삼포 설치 작업이 한창이었다. 마을로 내려왔다. 이상하게도 인기척이 없다. 간신히 만난 몇몇 분도 들어와 산 지 얼마 되지 않았다며 간단하게 이야기만 나눌 뿐이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더니 국회의원 합동유세가 열려 마을에는 거의 전부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사람이 없었다.

팔수정은 농악행사 때 단골장소

양가리 아랫마을인 평촌리(平村里)로 내려왔다. 몇 사람 남아있지 않은 마을에서 3대째 살아오신다는 임영일(林泳一·74) 할아버지를 만날 수 있었다. 안태순(69) 할머니와 사이에 6남매를 낳아 키웠지만 전부 객지로 나가고 지금은 두 분만 살고 계셨다. 평촌리는 220여 년 전 순흥안씨가 처음 정착하였다고 한다. 지형상 평지가 많아 평지말로 불리다가 한자로 바뀌면서 평촌으로 바뀌었다.

옛날에는 가마니를 많이 생산했고, 마을처녀가 마을 뒤 골짜기에서 바위가 굴러오는 것을 보고 소리치자 바위가 그 자리에 멈췄다고 하는 왕바위가 있다. 또한 마을 앞 하천에는 옛날에는 배가 들어왔었다고 하여 배넘이고개라는 명칭이 전해 온다.

왜정 때는 60여 호 되던 마을이 현재는 45호로 줄었다. 젊은이는 전혀 없고 환갑 넘은 노인들만 집을 지키고, 더러는 농사를 몇 마지기씩 하기도 한다. 마을엔 빈집이 있었으나 외지인들이 들어와 관리하며 살고있다.

마을 외곽에는 팔수정이란 조그만 정자가 있다. 옛부터 이 마을의 명물로서 여덟 그루의 나무가 빙 둘러 심어져 있다. 현재 큰 나무는 죽었으나 아직도 작은 나무들이 남아 있다. 당산제는 지내지 않으나 마을의 농악행사 등에는 이 나무 주변을 한 바퀴씩 돈다고 한다.

왜정 때에는 가난한 사람이 많았던 동네로서 대부분이 소작농으로 생계를 이어갔으나, 농사지으면 공출량도 부족한 정도여서 초근목피로 식량을 대신해야 했다. 평촌리 인근에는 왜정 때부터 이백국민학교가 있었다. 1학년부터 6학년까지 약 500여 명의 많은 학생이 다녔지만 주민들은 대부분 학교를 다니지 못했다.

임 할아버지는 17살 때 징용당해 일본으로 끌려갔다. 부락에 할당된 인원을 채우기 위해 당시 가난하고 힘없는 집 자식들만 징용갔다고 회고하셨다. “지금으로 말하면 줄 없는 사람이 갔었지”하며 옛일을 이야기한다.

남원관내에서 차출된 50여 명이 기차로 부산까지 가서 후쿠오카를 거쳐 대판에 있던 전선 공장에 배치됐다. 다른 사람들이 북해도 탄광으로 끌려갔던 것에 비하면 운이 좋은 편이었다. 당시로는 괜찮은 대우인 월급 17원씩 받고 근무하다 1년 후 해방이 되어 귀국하였다.

해방 후 여순반란사건 때는 반란군이 들어오지는 않았지만 6.25 후 대한청년단 소속의 마을 청년 2명이 빨치산에게 이백면에서 처음으로 희생당했다. 해방 후까지는 마을 인근에 늑대가 나타났으나 요즘은 전혀 동물을 볼 수 없다. 평촌리 위 목가 마을은 운봉 사람들이 여원재를 넘어 남원장을 다니던 길로, 왜정 때는 주막촌이었고 하숙집, 음식점, 주조장까지 있었다고 한다. 마을 사람 대부분이 해방 후 식량이 없어 제일 고생했다고 한다.

댐 공사장과 탄광으로 전전

평촌리를 떠나 인근 부락인 과립리를 찾아 입촌 마을로 올라갔다. 이 마을에서는 마을유래에 밝다는 한승수(韓承洙·74) 할아버지를 만났다. 입촌(笠村) 마을은 조선조 중엽 이천 서씨가 까막재라 불리던 오치령 밑에 살았다고 한다. 그후 청주 한씨가 들어와 마을을 형성하였다. 이 마을은 속칭 갓바래라고 부르는데, 이는 중이 삿갓을 쓰고 바랑을 지고 가는 모습의 산혈이 있다고 해서 붙은 것이다. 또는 갓을 만드는 사람이 있어서 그렇게 불렀다고 하는데, 우리말 지명을 한자로 바꾼 것이다.

한 할아버지의 선조께서는 원래 남원시 외곽인 도통동에서 살다 고조부 때 나라에 큰 흉년이 들고 몹시 가물어 입촌 마을쪽을 보니 안개가 자욱하고 살만할 곳인 것 같아 입촌으로 들어왔다. 구전되는 이야기로는 당초 마을 형태는 띄엄띄엄 한 가구씩 살았고, 기와나 사기그릇을 만들기도 했다.

왜정 때 30여 호의 작은 마을이 그나마 젊은 사람들은 징용으로 나가 마을이 텅 비었었다. 한 할아버지도 16세 때 경기도 가평의 댐공사장으로 끌려갔다. 당시 댐공사 현장에서 주는 식사라고는 콩깻묵밥 한 줌으로 배가 고파 못견디고 도망가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후 함경북도 풍산의 댐공사 현장과 군산비행장 등에서 일하다 열아홉살 때 일본으로 건너가 전선공장에서 일했다.

같은 해 해방이 되어서야 고향으로 돌아왔다. 해방 후에도 소작농으로 생계를 이어나갔다. 현재는 마을 대부분이 자작농으로 전환되었고, 논농사와 함께 대규모로 소를 키우는 마을이 되었다. 소를 키우는 덕분에 그나마 젊은 사람들이 10여 명씩이나 있다.

마을의 30% 정도인 15호에서 적게는 50두에서 80두까지 한우를 키우며 전부 기계로 사육하고 있다. 요즘은 한 포에 5,000원씩 하는 사료값 걱정에 구제역 때문에 마을 전체가 비상상태로 방역활동을 하고 있었다. 남원의 우시장은 경기도 수원 우시장 다음으로 컸다고 한다. 현재 소값은 1kg에 5,000원 미만으로 큰 것은 한 마리에 350만 원도 호가하고 있다.

6.25 전후해서 마을이 큰 피해를 보았고 빨치산으로 인한 인명피해도 발생했다. 과립리 입촌 마을 위 삭막골 골짜기는 왜정 때 운봉쪽에서 재 넘어 남원장을 보러 다니던 사람이 오갔었으나 징용으로 마을마다 사람이 귀해 오가는 사람이 적었다.

해방 후에는 제법 많은 사람들이 넘어 다녔으나 연재쪽으로 신작로가 생긴 후로는 폐도가 되었고 지금은 숲이 무성하고 사람이 다니지 않아 길흔적조차 없어져 버렸다. 한 할아버지는 칠순 나이에도 불구하고 오순복(70) 할머니와 함께 600평 세 마지기 논에 못자리를 준비하고 있었다. 1마지기래야 세 가마 정도의 쌀을 생산해 원가를 제하면 몇 가마 안 나오지만 7남매에게 나누어준다.

아들형제가 보내주는 약간의 용돈으로 전화, 전기세 내고 농촌에 유난히 많은 경조사에 부의금 내면 용돈이 부족하다며 웃으신다. 앞으로는 농사 지을 사람조차 없고 사람들이 자꾸 마을을 떠난다고 걱정하고 계셨다.

자라 떠난 자리에 우물 생겨

무거운 마음을 안고 과립리를 내려와 조금 아래 자리잡은 효기리를 찾았다. 역시 선거유세로 텅빈 마을에서 간신히 80세 되시는 최계환(崔桂煥) 할아버지를 만날 수 있었다. 9대째 효기 부락에 사신다는 최 할아버지는 조상께서 300여 년 전 이 마을에 처음 들어왔다고 한다. 효기리는 효기 마을과 효촌 마을로 나뉘어져 멀찌감치 떨어져 있다.

효기 마을은 삭녕 최씨가 이곳으로 이주하면서 이백면에서 가장 큰 마을을 형성하였으나 1961년 7월11일 한밤중에 퍼부은 폭우로 말미암아 효기리 상류의 효기제 제방이 무너지면서 이 마을을 덮쳐 순식간에 가옥이 무너져 떠내려가고 112명이 희생되는 큰 피해가 발생했다.

이듬해 군인들이 동원되어 냇가의 돌을 운반해와 111동의 집을 새로 지었다. 그래서 효기 마을은 대부분 그 당시 지은 돌집이 그대로 있었다. 당시 군인들이 참 고생들 많이 했다며 최 할아버지가 회고하셨다. 이 수해로 인해 당초 부락에서 조금 떨어진 곳으로 이주하게 되었다.

왜정 때는 157호였던 마을이 지금은 82호로 줄었다. 왜정 때부터 주로 논농사 위주로 생계를 지켜왔다. 마을이름이 마을 뒷산에 매봉이 있어 응령이라 불렀으나 행정구역이 개편되면서 효촌과 신기를 합하여 효기라고 부르고 있다. 마을 인근에는 옛 관아터가 있고 역터와 삼거리에는 하마비가 있었으나 수해 때 없어졌다.

효촌 마을은 조선조 초기에 라씨가 번창하여 살아오다가 500여 년 전 임진왜란 당시 호남의 의병 최상중 장군의 손자인 동강 최시옹이 풍수지리상 매화낙지라 불리던 이 마을을 찾아 정착하게 되었다. 동강 선생은 그 후 경기 여주 파평 윤씨 며느리를 맞이하였는데, 며느리의 효성이 지극하여 이를 알게된 조정에서 효부상을 내렸다. 그 때부터 이 마을을 효부가 태어났다 하여 효촌이라 부르게 되었다.

효기 부락은 현재 남원에 직장을 둔 외지인들이 많이 들어와 살고 있다 한다. 효기리를 내려와 좀더 남원시쪽으로 내려오다 자래올이라 쓰여있는 마을로 들어섰다. 마을을 몇 바퀴 돌았으나 한두 사람만 만날 수 있었다. 역시 선거유세에 다 나가 있었다. 마을회관 앞에 있는 마을의 유래비를 읽어보았다.

삼국시대 백제 관할 초리 혹은 터서리라는 마을이 무동산 동쪽을 중심으로 있었으나 서기 660년 신라의 삼국통일로 백제가 망하자 이곳에 살던 백제민들이 망국의 한을 달래며 유민으로 뿔뿔이 흩어져 옛 마을은 없어지고 지금은 농경지(서당들 혹은 터서리들)로 변했다고 한다. 현재 조촌리 오촌 마을(자래올 마을)은 1637년 병자호란 때 연안 이씨가 피난차 남원으로 들어와 정착지를 물색하다가 이 마을에 정착하게 되었다.

그 후 연안 이씨는 선조의 묘 자리를 물색하던 중 마을 앞 당산에 좌청룡 우백호 형상의 명당자리를 찾아 장지로 정하고, 묘혈을 파는데 천광자리에 암반이 나오자 지관은 묘를 암반 위에 쓰는 것은 길조라며 권했으나 자손들은 조상의 묘를 암반에 쓸 수 없다면서 암반을 깨고보니 커다란 자라가 나와 숲속으로 도망을 가버렸다. 자라가 도망간 지점을 파보니 청광수가 터져 이곳에 우물을 파고 식수로 사용했으며, 이후 마을에서는 매년 정월 초하루 자정에 당산제를 지내며 마을에 안녕을 빌었다고 한다.

이후 마을 이름을 자라울(자래울)이라 부르게 되었고, 한자 표기상 자라 오(鰲) 자로 표기하다 한자가 어려워 오촌(五村)으로 표기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다. 마을 한가운데 있는 이 우물은 지금도 맑은 물이 솟아나오고 있었다.

요천 수위 조절하는 수문 있던 곳

마을 사람들을 만나지 못하고 오촌 마을을 내려와 남원시와 제일 가까운 곳에 자리잡은 척문리(尺門里)를 찾았다. 왁자지껄 떠드는 소리가 들리는 한 가게를 기웃거리니 할아버지와 할머니들이 술잔을 돌리고 있었다. 이 마을에 오래 사셨다는 김남곤(金南坤·77) 할아버지와 74세의 이판동(李判東) 할아버지와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다른 마을과 달리 왜정 때 70여 호에서 현재는 130여 호로 오히려 더 커진 마을이었다.

척문리는 자연부락인 척동과 폐문 마을로 나뉘어져있다. 척동 마을은 본래 남원군 백암면 척동리 지역으로 잣골, 자골 또는 척동이라 했는데, 1914년 행정구역 통폐합 때 척동리와 폐문리가 병합되어 척동과 폐문의 이름을 따서 척문리라 하였다. 파평 윤씨가 최초로 정착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으나 연대는 알 수 없다.

조선조 선조 때 성규남씨 12대조가 창녕에서 내려와 주천 용담에서 거주하다가 임진왜란시 피난지로 잣나무가 무성한 백안방 옥녀봉 아래 잣골에 정착하였으며 때를 같이하여 이, 양, 김씨 등이 들어와 마을을 형성하였다.

마을 앞에는 백암천이 흐르고 뒤쪽으로는 요천이 있고 옥녀봉을 배경으로 한 마을에는 잣나무가 많아 잣골이라 하였으나, 그 후 풍수지리설에 뒷산이 옥녀가 베를 짜는 옥녀직금형국이 있는데, 마을이 옥녀가 비단을 재는 자에 해당된다고 하여 척동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마을 뒷산에는 백제시대에 축성된 산성의 흔적이 남아 있어 신라와 백제 국경상의 중요한 요충지였다.

폐문 마을은 당초 경주 김씨가 최초로 입주하였고 그후 임씨 오씨 안씨 등이 들어와 마을을 형성하게 되었다. 이 마을의 이름이 폐문인 것은 연산군 때 고죽동에 거주하던 유자광이 마을 뒤로 흐르는 요천수의 물을 조절하기 의해 수문을 만들어 폐문루를 세우고 아침 저녁으로 고기를 잡아 임금의 아침 수랏상에 올렸다고 하는데, 폐문루에서 연유하여 수문을 열고 닫는다 하여 폐문이라고 불렸다 한다.

김 할아버지는 왜정 때 학교도 못 다녔고 스무 살이 되던 해 북해도 철광산으로 징용을 다녀왔다. 함께 자리한 이 할아버지도 같은 마을에서 징용으로 나가 대판의 공장에서 일했다. 해방 후에는 땔감마저 귀해 인근의 민둥산을 지나 10리 이상 떨어진 깊숙한 곳까지 들어가 나무를 해왔다. 가랑잎이나 썩은 나뭇가지 등을 모아 나무 한 짐을 만들면 장에 나가 10전 정도 받을 수 있었다. 쌀 1되 40전 할 때였다고 한다.

집집마다 길쌈을 해서 옷감을 자급자족했다. 농사는 남의 땅 소작해봐야 공출 빼면 남는 게 없었다. 오히려 공출량이 부족해 끊임없이 할당량에 시달려야 했다. 그때는 사는 게 아니었다고 하신다.

과립리와 양가리 등에서 척문리로 이어지는 길은 운봉 사람들이 남원장을 넘나드는 길목이어서 거리마다 주막이 많았고 늘 장날이면 떠들썩했다. 재를 넘어 오는 사람들을 노리는 도둑떼도 극성을 부려 한밤중이면 여러 사람들이 한꺼번에 모여서 재를 넘어 다녔다. 남원 중심부에 가까이 있어서인지 6.25 전후한 여순반란사건과 빨치산이 준동할 때도 마을에 큰 피해가 없었다. 많은 사람들이 농사일을 하고 있으나 남원시내에 가까워 직장인들도 꽤 많다고 한다.

더이상 개발 대상으로 삼지 말라

이백면을 떠난다. 들리는 마을마다 온통 선거바람으로 텅 비어 있었다. 남원시내로 들어섰다. 요란한 마이크 소리의 선거유세차가 서있다. 당초 남원시를 둘러보고 마을을 찾아보고자 하였으나 남원시 역시 선거 바람으로 사람들을 만날 수 없었다.

필자는 지난 2년동안 경남과 전라남북도의 다섯 개 군 함양, 산청, 하동, 남원, 구례의 지리산 인근 100여 개 마을을 돌며 많은 자료를 수집하여 일부는 산지에 연재해왔다. 이번호로서 ‘지리산, 못다한 이야기’ 연재를 마친다. 필자가 만났던 500여 분의 할머니 할아버지 가운데는 벌써 돌아가신 분도 있다는 소식을 듣는다. 많은 분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모두 다 한결 같이 한 맺힌 이야기였고 걱정스러운 이야기였다.

농촌은 고령화로 더 이상 농사를 지을 수 없는 곳이 되어가고 있었다. 맑디 맑았던 하천은 곳곳마다 들어선 관광음식점으로 오염되어 가고 있고, 산자락마다 파헤쳐져 식수댐공사가 논란을 일으키고 저수지를 만든다고 계곡을 훑어내렸다. 묵계재에는 거대한 터널이 뚫리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3개 도에서는 지리산을 개발한다고 모임까지 갖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누가 지리산을 지킬 것인가. 지리산의 미래가 불을 보는 것보다 더 훤하다. 지난 25년간 지리산을 지켜본 필자에게는 너무도 안타깝기만하다. 더 이상 지리산은 개발의 대상이 되지 않았으면 하는 필자의 간절한 소망을 전하며 연재를 마치고자 한다.
 
                                                                            - 이 옹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