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청 가는 날, 남자들은 곡수연(曲水筵)이라 하여 물이 굽이치는 곳에서 술잔을 띄워놓고 술을 마시기도 했고, 여성은 물을 길러 교외로 나가기도 했다는 군요. 영수합 서씨는 이 날 차를 마시는 여유를 즐긴 것으로 보입니다.

신라 때 충담사는 경주 남산의 삼화령 미륵부처님께 차(茶)를 올렸다고 하지요. 우리나라 사원다례(寺院茶禮)의 효시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차는 신라 때부터 생활의 일부로 자리했다고 하겠습니다. 경상도 지방에서 불려지는 차민요에는 차를 따는 시기와 여인들의 마음을 소박하게 노래합니다.

"백설 덮인 상상봉에
싹을 내는 차나무는
강풍에도 겁이 없다.
곡우에는 땅김 나고
우수경칩 봄기운에
강남제비 봄소식이
한 잎 두 잎 따는 손이
님의 생각 잃을까요."

<삼국사기> 신라본기 흥덕왕 3년(828년) 12월 조는 다음의 기록도 담고 있지요.'...당에 사신으로 갔던 대렴(大廉)이 차의 종자를 가지고 돌아오니, 왕은 지리산에 심게 하였다. 차는 선덕왕(재위 632~646년) 때부터 있었으나, 이 때에 이르러 성하였다.'

신라 흥덕왕 3년(828년) 지리산에 차를 심었다고 했는데, 그곳이 어디일까요?
현대의 다성(茶聖)으로 불리는 효당 최범술(曉堂 崔凡述 1904~79)님은 73년 '한국 다도'를 최초로 발간했고, 77년 진주 대아고교 박종한(朴鍾漢) 교장과 함께 '한국다도회'를 창립했답니다.

한국다도회는 1981년 5월25일 진주 촉석루에서 5월25일을 '차의 날'로 선포하고, 지리산 화개 쌍계사 입구에 '김대렴공 차시배 추원비'를 세웠어요.경상남도는 1983년 8월6일 '쌍계사 차나무 시배지'를 경상남도 문화재 기념물 제61호로 지정했습니다. 이 때부터 한국차인연합회는 매년 5월25일 쌍계사 입구에서 '대렴공 차시배 추념행사'를 열고 있고, 하동군은 지리산 기슭에 서린 천년의 향기를 기리는 제8회 '하동야생차문화축제'를 지난 8~11일 나흘 동안 쌍계사 차 시배지 일원 등지에서 성대하게 개최했습니다.

그렇다면 대렴공이 당나라에서 가져온 차 종자를 처음 지리산에 심은 곳은 쌍계사라고 보면 되겠네요. 하지만 그게 그렇게 간단하지만은 않습니다.

지리산 차나무 시배지가 쌍계사란 주장은 경상도 쪽에서 나온 것이고, 구례 화엄사 장죽전(長竹田)이 차 시배지라는 또다른 주장도 있답니다. 그러니까 지리산 차 시배지는 지리산의 대표적인 두 사찰인 화엄사라거나, 쌍계사라는 주장이 엇갈리고 있는 것이지요. 이 이야기는 다음에 다시 알아보기로 합니다.

제8회 하동야생차문화축제 기간인 지난 9일, 지리산 화개동천에선 아주 색다른 경사를 맞이하기도 했답니다. 한국 최고(最古, 最高)의 차나무 표지석을 또 하나 설치한 것입니다.

화개면 정금리 도심마을 오시영씨의 도심다원 차밭에 자생하는 차나무는 높이 415㎝, 둘레 48㎝, 너비 300㎝, 수령 500년의 전국 최고 차나무로 확인된 것입니다. 이는 한국차학회와 한국차문화연구회가 지난 85년부터 전국의 야생차나무 현황을 조사한 결과라고 하네요.

하동군은 한국차문화연구회와 차인회 관계자 등이 모인 가운데 '한국 최고의 차나무' 표지석을 설치하고, 문화관광부에 천연기념물 지정을 건의하기로 했다는 군요. 화개동천에 또 하나의 기념비적인 명물이 탄생한 셈입니다.


 * 이어지는 이야기는 [지리산산책칼럼]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