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무동∼첫나들이폭포∼가내소폭포∼오련폭포∼한신폭포∼
세석잔상제 이르는 한신계곡실 세석의 철쭉꽃밭을 지향하는 길
길은 험하면서도 계곡 흐른는 물소리가
한결 맑고 시원하게 와 닿아 박길은 가볍다
폭포가 많다 울창한 잡목숲 터널을 겨우 바져 나가노라면
점차 우렁차나 목소리가 주위를 흔든다
첫나들이 폭포 바위 위를 가로지르는 철다리를 건너게 된다
다리 위에서 폭포를 내려다 보면 아찔하다
폭포는 이십 미터의 높이에서 몸을 던져 떨어진다
떨어지면서 소리친다
물덩어리의 소리가 합쳐 골짜기는 소리를 뒤흔든다
물과 소리는 동시에 곤두박질치며 산산이 깨진다
깨져 물안개가 된다 다리 밑 다리 위 옆가지 자욱하게 잠기는 물안개
계곡 오른편 숲길따라 가면 출렁다리를 좌우로 세 번 건너 널찍한 바위
물은 바위를 핥듯이 흘러서는 다시 소와 폭포를 이룬다
계속되는 절경 폭포 밑에 소 소 밑에 폭포로 계속되는 절경
십오 미터 높이의 가내폭포 그 밑에 오십평 남짓한 소
소의 수심은 깊은가 시퍼렇다
소를 감싼 바위들도 열 모양으로 물을 감싸 돈다
이번엔 오층폭포 그리곤 산신폭포로 이어
떨어져 개어지면 그만이련만
깨어진 물이고 소리고 모두 주워모아
주워서 제자리에 모아 다시 털고 일어서서
다시 흐르고 흐르다 떨어지면서 사는 폭포의 물방울들
그것들이 죽은 일이 있었던가
죽어 사라진 일이 있었던가
그것이 떨어지지 않는 날이 있었던가 개지지 않은 때가 있었던가
다시 모이지않는 날이 있었던가
문득 서울 세종로를 물밀 듯 밀려가는 군중
군중들의 외침소리와 가스총
가스총을 맞고 산산이 깨지는 그 대오
그러한 민중의 흐름이 지나간 뒤
다시 차가 밀려 물결을 이루며 지나가고
다시 깨진 민중의 물길이 흐러 나옴을 더올린다
그 소리 소리를 듣는다
개어져 다시 죽지 않는 주장을 되새겨 듣는다


폭포는 다시 이어진다
다른 골짝으로도 이어진다
길을 바꾸어 장터목산장∼유암폭포∼홈바위∼법천폭포∼
칼바위∼법계교∼중산리
여기서도 두 군대에서 폭포를 만난다
이번엔 폭포를 다스리며
반평생을 지리산에 묻어버린 허만수의 발길을 따라가 본다
그는 지리산 몸을 가진 산신령이다가
몸을 갖지 않은 산신령이 돼갔다
영유야 어쨌든 그가 세석평전에 초막을 짓고
지리산에 들어 살기 시작한 것은 서른세살 때
산속에서 얻어지는 산마물뿐 짐승을 잡아먹을 줄 모르는
그의 양식은 그저 산채와 약초냄새가 묻은 산바람과 이슬뿐
그는 그 높은 데까지 먹을 것을 끌어오진 않았다
산길은 험난하다 자칫 길을 잘못 잡아 잘못 들어서면
그길로 지옥 속처럼 갈 바를 잃는다
길을 잃고 그 냉정한 산속을 긑없이 헤매 맴돌아야 한다
그는 산길의 길잡이 산길 여기저기에 안내판을 세운 길잡이
신작로 아스팔트길에 세우는 안내판 그렇게 단순한 것이 아니라
세울 데 좀 많겠는가 그는 샅샅이 찾아들어
곳곳에 빼놓지 않고세우기에 반평생 혼자다 혼자 한 일
하루 이틀이 아니라 한 해 해가 이십칠 년간을 계속 세운 길잡이
"산이 좋아 산에서 살겠다"고 가솔을 버리고 산에 스며들어
반평생 고스란히 산에 내주었다
산에서 조난당한 사람을 구조하는 일 아울러 반평생을 산에 줭T다
지리산 여기저기 그가 세운 안내판이며 나무계단이 눈에 뛴다


그는 천구백칠십육년 유월 어느날
세석을 떠났다 그리고 돌아오지 않았다
홀연히 자취를 감추었다
나이 육십 되던해다 그의 죽음 은 아무도 모른다
그가 죽은 자리는 아무도 모른다
혹은 칠선계곡 또는 도장골에서 죽었다고 한다
혹 신선터널에서 숨을 거두었다고 한다
그를 기리는 비 하나가 중산리 계곡에 서 있다

"산을 사랑했기에 산에 들어와 산을 가꾸며산에 오르는 이의 길잡이가 되어 살다가 산의 품에 안긴 이가 있다. 님은 평소에 변함없는 산의 존엄성을 우리로 하여금 바른 인생관을 낳게 한다고 말 한대로 몸에 배인 산악인으로서의 모범을 보여 주었으니 풀 한 포기 돌 하나 훼손되는 것을 안타까워 한 일이나 산짐승을 잡아가는 사람에게 돈을 주고 산짐승을 되돌려 받아 방생 또는 매장한 일이 이를 뒷받침해 준다. 그런데 어찌된 일이랴 님은 천구백칠십육년 유월 홀연히 산에서그 모습을 감추었으니 지리연봉 그 천고의 신비에 하나로 통했음인가? 가까운 이들과 따님 덕임이 말을 들으면 숨을 거둔 곳이 칠선계곡일 것이라 하는 바, 마지막 님의 모습이 6월 계곡의 철쭉꽃빛으로 피어 오르는 듯하다. 이에 님의 정신과 행적을 잊지 않고 본받고자 이 자리에 돌 하나 세워 오래 그 뜻을 이어가려 하는 바이다."


비문은 뜨거웠다
글자 하나하나에 서로의 체온이 서려 뜨거웠다
그는 정녕 진짜 산신령이 되어 갔으리라
산을 다스리는 큰 산신령이 되어 갔으리라
더 많은 길을 올바른 길을 만들고 가르쳐 주고
더많은 목슴을 살리고 있으리라
억울하게 잡히거나 총 맞아 죽은 더 많은 목숨들의 혼백을 어루만져
한을 풀어 씻김질을 하고 있으리라

지리산 산신령이 되어 지리산에서 한 발도 떠나지않고
봉우리 봉우리와 골작 골짝 골짝을 마구 뒤지고 다니며
지리산을 되살려내고 있으리라
하품이나 하는 천국엔 가지 않고 지리산 여기저기를 나돌며
산의 숨소리로 살아 있으리라

 
글/이병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