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은 삼신산의 하나이며, 삼신동이라 불리는 골짜기도 있다. 진시황이 불로초를 구하기 위해 3천 동자를 보냈다는 전설이 있다. 또한 지리산에는 청학동(靑鶴洞)이 존재한다는 이야기도 끝없이 나돌았다. 신선이 타고 다니는 붉은 벼슬과 푸른 깃을 한 학이 깃드는 곳에서 살게 되면 신선이 될 수 있다고 하였다.

지리산의 청학동을 가장 먼저 찾아내려 했던 인물은 최치원이다. 그는 화개동천의 ‘삼신동(三神洞)’각자를 비롯하여 곳곳에 많은 발자취를 남겼다. 그 이후 이인로 김일손 정여창 조식 등도 지리산에서 청학동의 존재를 찾아보고는 했다. 그들은 ‘파한집’’유두류록’등에 관계 글을 남겼다.

유명인사들만 청학동을 생각한 것은 아니다. 실제로는 지리산으로 삶터를 옮긴 민중들의 대다수가 청학동을 신봉했다. 또는 난리를 피하고 먹을 것이 넉넉한 이상향인 승지(勝地)라고 믿었다. 하동군 화개동천과 악양골, 청암면 묵계골 등이 대표적인 곳이다. 묵계골에는 주민들이 스스로 청학동으로 부르는 마을이 있다.

그 가운데 가장 뚜렷하게 도가문화를 꽃피운 곳은 구례 토지면 구만평의 금환락지(金環落地)이다. 비기(秘記)에는 이곳 어디에 금귀몰니(金龜沒泥), 금환락지, 오보교취(五寶交聚)의 세 진혈(眞穴)이 있다고 했다. 바로 그 자리를 찾아 집을 짓고 살면 힘 안 들이고 부귀영달한다는 것이다.

1776년 유이주라는 사람이 오미동의 돌밭에서 집터를 닦을 때 거북처럼 생긴 돌이 나왔다. 이 거북돌이 바로 금귀몰니의 상징이라는 것이다. 그는 73칸 집을 지어 ‘운조루(雲鳥樓)’라는 이름을 붙였다. 이 택호는 구름속의 새처럼 ‘숨어사는 집’이란 뜻과 함께 ‘구름속에 나는 새가 빼어난 집’이란 의미도 있다.

천하의 명당에 집을 지은 때문인지 그의 집안은 발복하여 크게 번성을 누렸다. 유씨 가문은 대대에 걸쳐 일기를 써서 기록을 남겼고, 거듭된 전란 속에서도 온전하게 집을 보존했다. 이 때문에 지리산의 근세사 기록은 물론, 그의 집이 살아있는 생활사 박물관이 됐다. 운조루는 국가지정 민속자료 제18호다.

운조루는 원래 7년여에 걸쳐 100여 칸의 기와집으로 세워졌다. 가계를 이어나갈 장손은 태(胎)부터 특별히 대우했다. 태는 재를 허공에 뿌리지 않고 태반에 담아 사랑채에 묻는다. 장손이 죽으면 태반의 재를 꺼내서 다시 관에 넣어준다. 태는 장손과 함께 집안에서 평생을 살다가 죽음과 함께 합쳐지는 것이다.

사람들은 운조루를 삼진혈의 하나에 세웠으므로 다른 2개도 반드시 이 부근에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그래서 이상향을 찾는 사람들이 줄지어 몰려들기 시작하여 여러 곳에 큰 취락을 이루었다. 구만들은 풍수전문가들이 한결같이 명당으로 꼽고 있는 곳이다. 그 명성처럼 지리산과 섬진강을 끼고 있는 풍요로운 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