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의 동쪽과 북쪽 자락에 자리한 함양과 산청은 선비들의 고향이다. 조선조의 영남사림파는 김종직이 그 맥을 심었다. 그가 함양군수로 재직하면서 지리산에 그 정신적 씨를 뿌렸다. 그의 제자 정여창이 안음(현 안의)현감으로 와서 스승의 정신을 계승했다. 유호인 서경덕들도 이곳에서 일가를 이뤘다.

특히 남명 조식은 말년에 산청 덕산으로 들어와 정착했는데, 최경영 등 그를 따라 들어온 수많은 제자들이 지리산에서 은둔적 삶을 누렸다. 남명은 산천제를 열어 후학들을 가르쳤는데, 그가 베푼 학문적 정신적 바탕은 절대적인 영향을 미쳤다. 그의 제자 곽재우 등은 의병장으로 큰 공을 세웠다.

사림들의 도도한 기풍이 지배한 이곳에는 서원과 누각들이 그만큼 많다. 남계서원 청계서원 송호서원 서계서원 도천서원 배산서원 덕천서원 등이 곳곳에 들어서 있다. 또한 명승지마다 누각과 정자를 세워 독특한 정자문화를 누렸다. 화림동계곡의 거연정 동호정 농월정을 비롯하여 함양의 누대와 정자는 150개소에 이른다.

누대와 정자에는 선비들의 풍류와 은일(隱逸)이 서려 있다. 저마다 당대 선비들이 유유자적한 흔적들을 남겨놓고 있다. 누대와 정자는 선비들의 기개 넘치는 담론의 광장이자 그들의 개방된 놀이공간이기도 했다. 지리산 자락의 산림처사들은 청빈과 지조를 앞세웠으므로 기품 넘치는 정자문화를 꽃피웠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