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이 큰 산임을 한 눈에 알 수 있는 것은 산자락에 자리잡은 10개의 사찰과 14개의 암자만 보아도 알 수 있다. 그중 3개의 사찰과 4개의 암자를 돌아보는 코스가 있다. 실상사∼삼정산 영원사∼명선봉 코스가 그것이다. 실상사를 들머리로 약수암 삼불사 문주암 상무주 영원사 도솔암 7개의 사찰과 암자를 둘러보는 코스로 답사기행으로도 좋다.

석가탄신일을 전후해서 불심 깊은 산행객들이 많이 찾기도 한다. 특히 상무주에서 바라보는 천왕봉의 모습이 일품이다. 이 코스는 산행하는 데만도 꼬박 11시간이 걸린다. 새벽같이 출발하지 않으면 산행 도중 능선에서 하룻밤을 보내야만 한다. 산행코스는 실상사와 약수암을 빼놓고 군자리 도마동마을에서 올라가도 되고 영원사를 둘러본 뒤 삼정리로 하산해도 된다. 시간과 체력에 맞게 다양하게 산행을 할 수 있다는 것도 이 코스의 장점이다. 한가지 유의할 점은 암자에서 예의를 갖추지 않으면 바로 하산이다.

산행 들머리는 실상사다. 국보 석점과 보물 여덟점을 품고 있는 신라고찰 실상사를 둘러 본 뒤, 논둑 길을 따라가다 울창한 송림숲을 지나면 잘 닦인 도로가 약수암까지 나 있다. 물맛 좋은 약수로 목을 축이고, 보물로 지정된 약수암의 보광전을 둘러 본 뒤 왼쪽 산비탈로 난 길을 따라 20분쯤 가면 도마동마을에 닿는다. 도마동마을에서 견성골로 접어들어 계곡을 네 번 건너 1시간쯤 오르면 삼불사 가는 길과 문주암으로 가는 길이 갈린다. 삼불사에서도 능선을 가로질러 문주암으로 가는 길이 있으므로 삼불사로 가는 길을 택한다. 비구니 사찰인 삼불사를 둘러 본 후 20분쯤 능선을 가로질러 가면 문주암에 닿는다. 커다란 바위동굴에서 떨어지는 석간수로 목을 축이고 고개 하나만 넘으면 상무주암이다. 상무주암 뒷편이 삼정산 정상이다. 상무주암에서 맑은 날이면 천왕봉의 웅자를 볼 수 있다.

상무주암에서 작은 고개와 봉우리를 넘어 20분쯤 가면 영원사와 영원재로 갈리는 길이 나온다. 오른쪽 계곡 아래 영원사로 내려간다. 30분 거리다. 영원사에서 비포장 도로를 따라 10분쯤 내려오면 오른쪽 큰 계곡과 왼쪽 작은 지류가 만나는 지점이 있다. 이곳에서 왼쪽 큰 계곡을 건너 도솔암가는 초입을 찾아야 한다. 특별한 표지기가 없어 주의해야 한다. 도솔암 입구만 찾으면 도솔암까지는 무리없이 오를 수 있다. 입구에서 1시간쯤 걸린다. 영원사에서 시간이 늦을 경우 바로 삼정리로 내려갈 수 있다.

명선봉은 도솔암 대웅전 뒤로 해서 능선으로 오른다. 가파른 비탈을 1시간쯤 오르면 영원재에서 올라오는 능선과 만난다. 도솔암부터 명선봉까지는 키를 넘는 산죽밭으로 여름철에도 긴 옷을 입는 것이 좋다. 길을 잃어버리지 않을 만큼 나있다. 영원재에서 올라오는 길과 만나는 지점에서 한시간쯤 산죽밭을 오르내리며 가면 삼정리에서 연하천산장으로 오르는 길과 만나게 된다. 이 곳부터 길은 수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