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삼재도로가 뚫리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화엄사∼노고단 코스는 지리산에서 등산객들이 가장 많이 찾는 등산로 가운데 하나였다. 예전 지리산 주릉종주를 계획한 사람들은 화엄사를 들머리로 하는 것이 불문율이었고, 노고단까지만 오르는 산행객들도 많아 늘 붐비던 코스다. 지금도 산을 안다는 사람들은 모두 화엄사에서 종주를 시작한다.

성삼재에서 노고단만 보고 내려오는 것은 산행이라기 보다 차라리 관광에 가까워 지리산을 왔다면 화엄사에서 출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무엇보다도 우리나라 10대 사찰, 31본산의 하나인 화엄사가 자리잡고 있어 고찰을 둘러볼 수 있다.

화엄사매표소를 지나 10분쯤 가면 화엄사다. 화엄사의 돌담을 뚫고 자란 울창한 나무 터널을 지나 다리를 건너 10분쯤 가면 키높이로 자란 조릿대숲이다. 잘 다듬어진 돌길로 가파르지 않다. 화엄사에서 40분쯤 오르면 철다리를 하나 건너 제3야영장 터에 닿는다. 야영장 터에서 얼마가지 않아 시멘트 포장 도로와 만난다. 왼편으로 휴게소가 있고 포장도로를 따라가면 연기암이다.

연기암 휴게소에서부터 길이 다소 급해진다. 울창한 원시림을 걷는 길이라 시원하기는 하지만 주변을 바라볼 수 없어 다소 답답하다. 연기암 휴게소에서 30분쯤 오르면 국수등 계단. 돌계단 길로 기울기가 만만치 않다. 돌계단 길을 올라 중재를 넘어 10분쯤 가면 작은 폭포가 연이어 있는 곳이 보인다. 집선대다. 이곳부터 무냉기재까지는 가파른 오름이라 충분히 휴식을 취하고, 수통에 물을 이곳에서 채우는 것이 좋다.

집선대에서 너덜길을 20분쯤 오르면 산비탈이 벌떡 일어선 것처럼 가파른 길이다. 화엄사길에서 가장 악명높은, 코가 땅에 닿을 것 같다하여 붙여진 이름인 코재다. 지그재그로 비탈을 오르다 다리가 풀리고 숨이 턱까지 차오를 때쯤 전망이 탁 트이는 작은 바위에 닿게 된다. 눈썹바위다. 이곳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고 20분쯤 가파른 비탈을 오르면 다소 싱겁게 사위가 훤히 트이는 무냉기재다. 화엄사 골짜기 아래 구례읍까지 시원하게 보인다. 이곳에서 노고단 산장까지는 비포장도로를 따라 걷는다. 화엄사에서 노고단산장까지 4시간쯤 걸린다.